일상과 생각 212

8월

여전히 무덥다고는 하지만 어느새 바람의 냄새가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또 한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이라 여기며 집 밖을 나섰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에 설레는건지 오늘은 또 어떤 사람과 스쳐지나갈까 묘한 기대감 때문인지왠지 꿈에 그리던 것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나는 좌우를 살핀후 신호등 길을 건넜다.

일상과 생각 2012.08.26

끌렸던 사람들의 공통점

금요일 아침 그사람에게서 갑작스러운 메시지를 받고 이십대 후반의 내 모습은 타카키의 입장이 될지, 아카리의 모습이 될지 그건 두고봐야 아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걸음 보폭과 맞추는 그사람의 배려심을 느끼며 나란히 걸으며 다시 얘기할 수만 있다면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설령, 내가 별로 가기 싫어하는 곳일지라도. 토요일 아침 솔직히 말하면, 급히 이메일로 업무 처리할 때를 제외하고는 특히 지하철에서 그사람밖에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이런 곳에 없을 걸 알면서도 항상 두리번거리는 시야는 버릇이 된지 꽤 됐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기에 다시 만난다는 것은 복권 당첨보다도 힘들거라는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벌써 6개월하고도 한달 전 있었던 그날 아무일 없었다고 하기엔 분명 그날 뭔가가 일어..

일상과 생각 2012.08.20

지금의 나는

갓 스무살이 되었을 때, 뚜렷한 목적지 없이 햇빛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카메라만 달랑 목에 걸고 하염없이 걸었던 나날들을 생각한다. 아무 고민 없던 그때로 돌아갈 순 없지만, 모두 좋은 추억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람을 만나고, 직장을 구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하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한다. 하고픈 일을 하고, 그와 이별하기도 하면서. 그러나 언제나 늘, 명쾌한 해답은 찾지 못한다. 다만, 지금의 나는, 내 인생에서 청춘이란 페이지 위에 가장 젊고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이 충분히 생겨난다. 나쁘지 않다.

일상과 생각 2012.08.03

베프의 좋은 소식

며칠전, 영국에 있는 베프가 좋은 소식을 보내왔다. 세계 굴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런던 본사에서 오퍼를 받았다는 것이다. '왠지 너는 분명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곳에서 일할 것 같아' 처음엔 자기는 내가 허구헌날 그냥 반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그렇게 될줄은 몰랐다며. 플러스로 석사 과정 졸업 논문도 순조롭게 진행돼가고 CFA 레벨1도 통과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주었다.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를 보고 매우 기뻤다. 마음을 공유하는 친구가 잘되면 내 마음도 한켠 가벼워지고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모건스탠리로도 만족하지 않는 이 친구는 IB가 아닌 그 윗 레벨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얼른, 알고 지내던 런던의 투자자문사와 사모펀드 인사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이 친구에게는 내가..

일상과 생각 2012.08.02

7월 일기 정산

1. 정말로 정신없이 지나갔던 7월이었다. 이런 여름은 또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2. 이번 여름은 걱정했던 것보다 그렇게 덥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밖에 나가자마자 10초만에 발부터 땀이 났다. 3 10대때 살던 동네였던 여의도는 더이상 그때 그시절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4. ‘변해가는 시대’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5. 치과 어게인, 부분교정중 이로써 교정 세번째. 6. 표정, 눈빛, 말투, 억양, 제스쳐, 평소의 품행, 옷입는 스타일을 보면 굳이 긴 대화를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7. 과감하게 관계를 정리했다. 다시 볼 일은 없을터. 8. 운전이 익숙치 않다는 말을 듣자마자 안전벨트를 메고 내릴때까지 두손으로 안전벨트를 꼭 쥐었다. 9. 내게..

일상과 생각 2012.08.01

무의미하게 보내버린 시간을 백업할 수 있을까

요즘 내 일과가 사무실에서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대략 9시간에서 10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서 휴식, 잠 그리고 운동 밖에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 사이 사이를 오가는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는 지하철이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지하철에서 랜덤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예전보다는 조금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지하철에서 흰색 와이셔츠에 서류가방을 어깨에 메며 일어로 된 원서에 열중한 모습이라던가 벽에 한쪽 발을 기대며 전공책을 읽고 있는 모습, 머리끈에서 삐져나온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오로지 온 시야를 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볼때면 멋있고 때론 섹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럽다는 감정에 가깝기도 한데, 멀미가 있는 편인 나는 흔들리는 교통편을 타면 택시든 지하철이든 버스에서든 책 ..

일상과 생각 2012.07.23

보고싶음을 참는 법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의 시간은 내가 하루 중에서 머릿속에 아무것도 담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기에 조금은 터벅터벅 걸으며 마음속에 평온함을 느낀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잠자리에 들기 전의 자투리 시간 동안엔 소파에 누워 TV를 켜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나와 관계없는 TV 속 세상의 이야기는 이렇게 편안하게 듣고 보는데 현실에서의 나, 나를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에는 그동안 참.. 무관심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지친 휴식의 노른함은 뒤돌아보지 않고, 옆조차도 보지 않아 겪게 되는 별 수 없는 댓가이다. 언제나 그 어떤 것보다 나 자신에 대한 애정이 앞섰다. 좀 더 다정해지자고, 좀 더 상대방에게 애정을 가지고 진심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가령,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의 횟..

일상과 생각 2012.07.21

여름밤

오늘도 변함없이 하루가 마무리되고, 어둑한 밤으로 변할 때쯤이면 음악을 들으며 조금은 멍한 상태로 걷는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도보를 향한 시선의 연장선에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있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름에 있어선 1초의 망설임도 없다. 간신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곧장 누워 언젠가의 여름밤 산책을 꿈꾼다. 한때의 여름밤인지, 미래의 여름밤인지는 분명치 않다. 잠시 그렇게라도 나누고자 하고픈 마음에 날짜 없는 기약을 하고플 뿐.

일상과 생각 201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