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그리고 주중에도 퇴근하면 거의 매일 가는 레스토랑겸 북까페가 하나 있다,
분위기도 좋고 웬만한 홍대 까페보다 더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고맛도 좋아서 단골이 된 곳.
얼굴은 동양얼굴인데 서툰 중국어를 해대고 맨날 노트북 두대를 들고 하루도빠짐없이 출몰하니
웨이터들도 어지간히 신기한가본지, 아님 영어로한마디라도 더 대화를 하고싶은건지,
어쩌면 한국인이라 호감을 가진 것일 수도… (중국사람들 한국인이라그러면 은근히 좋아함)
암튼 남녀 불문하고 나를 서빙하려 그러는데 그중 좀 유독 눈이 가는웨이터가 한명 있다.
근데 그 웨이터는 나한테 잘 다가오지 않는다, 다른 웨이터들은 나를 막 무슨 어린 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부담 눈빛을 발사하는데 그 웨이터는 어쩌다 나를 서빙하면 나랑 눈도 잘 안마주친다.
싫어하고 말고가 없는 그런 웨이터-손님관계인데 그러다보니 나도 눈을 안쳐다보고 음식 주문을 하게되고
그냥 음식 먹고 커피 마시면서 나는 노트북으로 내 할일하고 작업하고 그렇게 한달하고도 반이 지난 것 같다.
귀국 사흘을 앞두고 어제 주말도 어김없이 까페에서 노트북 갖고 할 일하다가 작업 마치고 계산하러
cashier쪽으로 갔다. 그러고 보면,그 웨이터는 항상 계산대 쪽에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이상
아무래도 그 웨이터가 내 계산을 해줄 것 같았다.
그 웨이터가 영수증을 건네기 전에 그랬는지 영수증을 받아든 후 였는지는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근데 그때 나랑 그 웨이터가 눈이 마주쳤고 내가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일부러 그런게 아니고
그냥 절로 나온거라 나도 내 입가주름을 어떻게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미소를 지은 후였으니.
근데 그 웨이터도 거의 동시에 미소 지어 주었다.
눈빛이 그렇게 선했는지 미처 몰랐는데 참 선하게 생긴 얼굴상이었다. 단정하고 수수하고. 머리가
생각보다 길었다. 몇살일까. 나보다 나이는 좀 많아 보이는데. 두살? 세살? 아니 어쩌면 나랑 동갑일수도.
좀더 말을 걸려는 찰나, 그때 요리사겸사장이 옆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놔)
언제 한국으로 가냐며, "곧 며칠있음간다",
다시 중국엔 안올거냐, "곧 올 수 있을지도 모를 것 같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텀블러를 공짜로 줬다.
웃으면서 정말 감사하게 받았다.
(속으로) ‘고마워요 대화 방해해줘서’
상냥한 곰인상의 (약간 김태우닮은) 사장님이 그렇게 옆에 버젓히 있는데 사장님 옆에 두고 고개를 돌려서
그 웨이터에게 다시 말을 걸 수가 없어서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뭐 내일 또 오면 되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이 되게 흐뭇했다. 좋아하고 그런게 아니라
그러고보면 나는 상대방과의 눈빛 교감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하고는 굉장히 강렬한 끌림을
눈빛으로 주고 받고 어떤 사람과는 그보다 조금 약한 끌림, 그리고 그 웨이터처럼 미지근한 물 같은 온도의
눈빛을 나눈다.
그렇게 생각한게 어제, 일요일
오늘은 월요일. 근데 이 웨이터가 오늘 안왔다. 아놔
내일이 마지막 밤인데, 곧 한국으로 귀국하는데, 떠나기 전 한번 더 얼굴 보고 싶었는데.
연락처를 줄까. 근데 그 웨이터 한명 한테면 주면 이상하게 생각하니까
그럼 까페에 있는 웨이터에게 다 연락처를 줘야 하는데.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그냥 까페에 죽치고 얘기하다 집에 올걸.
뭐지 이 기분은, 내일 알바하러 까페에 나오게 해달라고 하나님한테 기도라도 해야하나.
뭔가 조금 많이 아쉽다.
오늘도 어김없이 노트북 두대를 가방에 싸들고 왔지만 별 작업을 제대로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