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얼마나 더 머물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이건 그때 봤던 그게 아니야 혹은 이사람은 그사람이 아니야-라며 스쳐지나갈때,
어지러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말없이 마냥 걸을 때,
가끔씩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은 하루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여전히 다정하게 내 곁에 있어준 것 같아 위안이 되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업무, 만날 듯 만나지 못하는 사람, 올듯하여 기다리지만 오지 않는 그 무엇들.
마땅히 대체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해서 지금껏 꼭꼭 숨겨둔 다양한 마음들.
한때, 이 마음은 한없이 넓고 푸르렀으나
오랜시간 변하지 않은 마음이 도리어 나의 결핍을 드러낸다.
공기의 온도가 3cm 만큼 낮아지고 몸 속으로 부는 바람이 조금은 시큼하게 느껴져 살짝 움찔하게 되는 가을날.
계절은 어느새 한발자국 더 가까이 온 것 같아서 조금 조급해졌다.
미지근한 햇빛 색깔로 색칠된 길을 지나갈 때 나는 11월을 향하는 나 스스로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