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1-2년 넘도록 취업하라고 뜯어 말렸는데, 심지어 친척들의 시선도 '얘가 취업이 안돼서 창업하려나?' 가 담긴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창업지원센터니 코워킹 스페이스 공동사무실은 강남권에서는 동 마다, 아니 지하철 역 마다 있는 것 같고, 정부에서는 온갖 명칭을 붙여 창업 지원금이니 고용지원금이니, 각종 장려금을 퍼주고, 벤처캐피탈, 투자자들 앞에 나아가 사업 아이디어를 피칭할 수 있는 곳은 인터넷 검색 몇번만 달가닥하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창업은 더 이상 회피의 경로가 아니라, 이젠 사회적으로도 창업을 권장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내 폰 카톡에 창업, IT, 마케팅과 관련된 단톡방만 너댓개고 그중 400명~600여명이 넘는 카톡 단톡방에는 (나는 주로 유령처럼 관망하는 쪽이지만) 10분, 30분마다 사업 아이템 얘기에 핸드폰이 불 날 정도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두마디씩 던지는 것이 쌓이고 쌓여 잡담을 넘어서, 실시간 설문조사가 될 수도, 비판적인 시각과 냉정한 피드백도 얻을 수 있는 좋은 온라인 토론터가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치열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힘겹게 결정을 내린 게 아니었다. 그냥 진짜 엄청 그냥 즉흥적으로, 충동적으로 강렬하게 너무 너무 사업이 하고 싶었다. 그때의 힘과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강렬해서 지금은 그때 그 열정에 대한 책임감으로 계속 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업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나? 그때 그 당시의 나를 생각해본다면, 하나도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애도 많이 먹었었는데, 혹 예비 창업자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몇 가지 알려주고픈 게 있다. 지식이랄 것도 없고, 그냥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이니 가볍게 읽어 내려가면 좋겠다.
1, 기똥찬 아이디어인가?
남들의 아이디어보다 10배는 더 괜찮은 이유가 분명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당신의 인생을 걸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인지?
2. 당신의 사업 아이템을 친구에게, 주변인에게 피칭한 적이 있는가
오히려 사업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피칭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사업엔 문외한일지라도, 오히려 난생 처음 당신의 사업 아이템을 듣는 사람이기에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3. 사업에 대한 열정의 강도를 본인이 느낄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해선 정말 솔직해져야. 사장이 되고, 사업가가 되는 건 상상만으로도 흥분되긴 하지만, 생각했던 방향으로 잘 안 흘러갈 때, 초기의 열정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4. 묵혀둔 자금이나 모아둔 돈이 어느 정도 있는지?
사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사업을 하려고 대출을 받는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능력이 좋다면 투자금을 끌어오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본인이든 가족이든 작은 돈으로도 충분히 사업은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그 다음 어떻게 하느냐는 ? 이지만. 항상 만약의 시나리오는 늘 대비해야.
5. 시장조사는 충분히 해보았는지?
이미 몇개의 업체가 진출해있는 시장에 내가 뛰어드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내 아이디어는 그들보다 좀더 특별하고 독특한, 10배는 더 좋은 무언가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쟁자 수: 몇 마리?
서비스 내용: 비교분석
매출 규모: 각 업체별
글로벌 환경은 어떤지, 정부 정책은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 등등
SWOT분석을 해도 좋다. 업계 동향, Pain Point
6. 사업계획서, 글로 써봤는가
내 머릿속에 있으면 되지 몰 PPT로 만들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무언가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적으면 몇번 쓰고 고치고 반복하면서 내 생각이 정리되는 것처럼 (그게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제일 큰 이유) 사업아이템에 대한 나의 관점이 명확해진다.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고 왜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지, 어떻게 그것을 되게 할건지, 그리고 누가 당신을 도울 수 있을지 (이를테면 투자자?), 언제 매출을 일으킬 것 같은지, 어떤 리스트가 있을지 시나리오를 줄줄 써내려가 보면, 고칠 부분도 눈에 훤히 보이고, 자신감도 생겨날 수도 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조언을 구하고픈 마음이 생길 수 있고, 사업에 대한 본인의 통찰력과 시각이 한층 깊어질 수 있다. 귀찮더라도, 중요한 부분이니 꼭 짚고 넘어가길.
7. 내 고객일 것 같은, 고객처럼 생긴 것 같은 잠재고객을 만나본 적이 있는지?
당신이 '아 고객이 이런 게 불편할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고객이 겪는 문제점에는 큰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리서치, 면담, 직접 체험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하기 전, 그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고객의 관점을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을까?
8. 제품/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있는지 테스트했는가
사이트라면 베타 서비스를 진행한다던가, 그마저도 안된다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던가, 모의집단 테스트를 한다던가, 제품이라면 플리마켓을 통해서 고객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겠다. 미리 실패하는 게 훨씬 낫다. 알면 고치면 되니까.
9. 가격책정은 어느 정도로? 어떻게 팔지는 생각해 봤는가
사실 시장을 안다는 게 얼마나 막연한지, 사업 초기도 아니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시장을 파악하고 사업을 하라면 그것만큼 막연한 조언이 어딨겠냐마는 나의 제품/서비스의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 그냥 대충 10만 50만이 아니라, 경쟁사의 가격도 조사해보고 그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도 알아보면 좋다. 내가 할 사업은 무조건 성공할거야, 막연하게 확신하지 말라. 그건 별로 가치 있는 리스크는 되지 못할 것 같다.
10. 이 분야에서 내가 전문가인지?
어떤 분야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려면 최소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만약, 고도의 전문 지식 없이 어떤 분야에 사업을 시작하는 거라면, 더더욱 그 사업 운영이 평탄하리라 생각하면 안된다. 현명한 행동은,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
11. 나의 브랜드와 비전에 대한 정의가 있는지?
4년 전의 나는 이런 거 생각하지도 못했다. 브랜드, 비전은 그냥 책의 목차 같은 걸로 간주했던 시절이었다. 브랜드와 비전을 수립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거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정한 브랜드대로, 사람들은 인식할 것이고, 내가 정한 비전대로 회사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거니까.
12. 피하고 싶은 질문이지만, 예산책정은 했는지?
사실 비전, 대의, 사업을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각자 다 있겠지만, 원초적인 부분을 생각하자면, 사실 생계가 아닐까. 물론, 생계가 절대적 이유여서는 안되겠지만. 때문에, 명함을 파고, 페이스북 경력 프로필을 업데이트 하기 전에 먼저, 성공적인 회사 운영을 위한 코어 요소가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면 좋겠다. 언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예상 지출 비용은 어느 정도 될지? 어느 부분에서 비용을 축소할지? 홍보 마케팅에는 얼마 만큼 투입할 수 있을지? 숫자와 씨름하는 건 사실 나도 별로 좋아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예산 수립을 하고 출발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분명히 어느 시점에선 구별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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