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개다리도 보고 소다리도 보는 것 아닙니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순 없죠.
흘러가는 강물을 혼자 거슬러 가려고 혼자 애써서는 안되겠죠. 제 생각은 같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줄 뿐이에요.
그러면서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성공시대에서 페루 아마존의 한인 시장, 정흥원씨가 방송 말미에 한 말이다.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 이란 말이 참 와닿는다.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해외서 일하게 될 거, 더 크게 육성될 수 있는 그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짤리지만 않기를 바라며 안정된 자리에서 적당한 연봉 따위만을 생각하는 사원으로 남고 싶지 않다. 대학 졸업 후 일하게 될 직장을 '자기실현을 위한 장소'라고 말하는 사람은 애물단지다.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그렇다고 회사를 위해 무조건 충견처럼 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물론 그것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일을 한다'는 근본적인 의미는 '사회를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회사에 참여하는 일원으로, 그곳에 소속되어 최고가 되어야겠다고. 그러려면,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무엇을 지향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오퍼를 보내온 회사들을, 내가 제일 중요시 여기는 회사의 비전과 목표 > 소속 부서 > 배치될 오피스 지역 > 평판 > 근무환경 > 직급 > 연봉 순으로 따져봤을 때 어느 정도 마음속으론 꼭 일하고픈 회사가 두 군데로 추려졌다.
회사들의 비전을 찾아보면 그 회사가 무얼 지향하는지, 제일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보인다.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가장 근접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최대 관심분야인 금융+IT, 이를테면 전자상거래 (e-Commerce) 나 온라인뱅킹,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지, 회사가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투자하려 하는지 여부에 따라 거기서 80% 정도 마음을 굳혔다.
기회라는 건 한 개인의 노력과 능력, 평판뿐 아니라 투자한 시간과 그사람이 있어왔던 장소, 운, 주변 사람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만나 생겨나는 것 같다. 명문대에서 공부했다고 해서 저절로 인생이 탄탄대로가 되는 건 아닌 것처럼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해도 그 기회를 통해 걷게 되는 길은 모두 다르다. 인생의 클래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에게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그 기대치를 소화해 낼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느냐 일 것 같다.
유학은 지금도 다시 생각해봐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 내가 선택한 결정도 먼훗날 돌이켜봤을 때 내 인생에서 유학과 버금가는 최고의 결정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나도 모른다. 이번엔 한국도, 영국도 아닌 곳이니까.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하고 예측에 따라 계산한다고 해도 인생에서의 어떤 큰 흐름을 움직일 수 있을까. 흘러가는 대로, 대신 그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충실하게 부끄러움 없이, 간직하고 있는 가치관대로 진솔하게, 원칙대로 살아간다면 그런 게 내 행보를 통해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표현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을 지향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