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영국 FX 펌 상하이 지사, 트레이딩 인턴을 마치고

jeanson 2011. 4. 17. 13:51
상하이에서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인턴십인 FX 트레이딩 인턴 계약기간이 4월 13일 지난 화요일로 종료되었다고등학교때 경제학을 수능과목으로 공부하면서, 그리고 유학생이라 환율에 민감했었던 탓에 한때 ‘외환딜러’ 라는 막연한 꿈을 꾸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번 트레이딩 인턴십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우선 트레이딩 인턴십을 통해 배웠던 것을 먼저 설명하자면,

처음에는 회사 홈페이지 컨텐츠를 읽고 회사 업무 이해를 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한주에 currency 한짝씩EUR/USD, 그다음주에는GBP/USD, 또 그 다음주에는 EUR/GBP, USD/JPY,  GBP/JPY, AUD/USD,AUD/JPY

이렇게 한주씩 새로운 환율 pair cumulative 형식으로 익혔다.

 

그러나 사실, 넷째주차 USD/JPY 익힐때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리비아 사태 때문에 유가 폭등해서 유달(유로/달러)랑 파달(파운드/달러) 시장 보는 것도 빡빡한데 이번에는 또 일본엔까지 보라니..


그러나 결국엔 그렇게 일본 경제관련 시장 뉴스도 챙겨보니까 정보를 습특하고 흡입하는 역량…노래로 치면 호흡량이 늘어난 것 같다지금은 8개 환율 차트를 휙휙 넘겨본다예전에는 그리드()이 챠트에 있어야 보기 편했는데 지금은 그리드 지우고 보고 있고처음에 챠트 볼때는 캔들을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완전 크게 확대했었는데 지금은 축소해놓고 거시 트렌드를 보고 최고가 최저가 라인 그려넣고 피보나치로 어설프게나마 테크니컬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고서 작성도 일주일 동안은 진짜 엄청 헤맸다어떻게 어떤 말을 젤 처음에 써야하는지도 몰라서 글 한줄 쓰기는 커녕 FX 전망 보고서 형식 찾느라 인터넷 조사하기 바빴다.   지금은 핵심 요약 정보는 이메일로 보내고 그냥 애널리스트분들이랑 트레이더분들이랑 챠트 보면서 실시간 대화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여기서 나는 FX 트레이딩 인턴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나의 1차 목표가 달성됐다고 말하고 싶다.
비즈니스 스쿨 학생이라 경제학 지식이 약하다. 특히 까다롭고 엄격한 영국의 학점 시스템 상 경영학부 소속 과목 말고는 타과과목 수강은 절대로 할 수 없어서 나는 대학입학 후, (물론, 금융 관련 과목은 거의 다 이수했지만) 경제 관련 과목은 배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금융을 진로로 삼고 있는 내 약점 중의 하나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고등학교때 수능과목으로 경제학을 배웠지만 그건 어려워봤자 1학년 기초 경제원론 수준이구. 그래서, 내가 생각한게, 어차피 시간내서 경제학 원서를 읽을 수도 없고, 복학해서 경제학과 애들 수업을 도강하자니 그럼 너무 늦고, 차라리 거시경제 분야를 다루는 인턴십을 하면 일을 하면서 거시경제를 배울 수 있겠다-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예상은 적중한 것 같다.

 


솔직히 일을 하면서 배운거랑 책을 읽고 교수님 밑에서 배운 지식이랑은 차이가 난다
.   내가 말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를 배웠다’는 뜻은 이론을 배웠다는게 아니라 경제 시장의 흐름과 추세를 눈으로 읽고 ‘오를 것이다/내릴 것이다’ 하는 감을 익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올초에 리비아 사태, 일본 지진, 쓰나미, 원전사고 등의 빅 이벤트가 많이 일어나서 짧은 두달 동안 정말 방대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글을 읽는 것으로 끝내는게 아니라 과연 이런 뉴스 소식이 일본 엔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미국 달러는 그래서 결국 약세인가? 하고 예측하며 차트로 보고 그 뉴스 소식이 챠트에 반영됬는지, 그리고 반영됬다면 얼마큼인지 시각적으로 확인 할 수 있어서 환율에 관한 저널이나 책 한권을 읽는 것보다 더 쉽고, 빨리 마크로 경제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또 반대로점심 먹고 돌아와서 챠트를 보면 ‘아니 이게 왜 이렇게 갑자기 내려갔어’ 하면서 뉴스 기사나 인디케이터를 찾아보고 환율이 하락한 이유를 깨닫는 것도 꽤 재미가 있었다.  

  

 

내맘대로 데모 어카운트로 FX 트레이딩해보고 실제 계좌로 매수/매도 하는거 옆에서 지켜보고, 트레이딩 전략회의 참석하고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이 다 구경이었고 그것은 곧, 보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의 살이 된다.

 

 

트레이딩의 묘미?

1. FX 트레이딩은 IB Trading 분야와는 많이 다른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일단 확실히 트레이딩은 시장이 막후끈 달아오르고 서로 사고 팔고 정신없을 때가 재밌다.   일본 지진으로 한때 시장이 무진장 요동을 쳤었는데 캔들이 무려 2초동안 600핍이나 변동하는 걸 직접 눈으로 목격한 뒤로 트레이딩의 매력을 느낀것 같다.

 

<일본 지진 발생 당시 USD/JPY 챠트>

2. 데모어카운트인데도 불구하고 profit 수치가 높아지면 그냥 왠지 흐뭇해지는데, 돈 많이 벌면 해피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3. 직장생활로 보면, 장 마감시간에 맞춘 칼퇴근을 최고로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래 일하는게 그렇게 자랑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이 많으면 야근하는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희한하게 오래 일하는게 마치 효율적이고 자랑으로 여겨지는데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물론, 일 많은 IB 쪽도 외국의 경우는 그러하다근무시간 동안 긴장하면서 빡세게 일하고  일찍 퇴근해서 피로라도 풀고 자고 싶다 하시는 분은 트레이딩이 성향에 맞을 것 같다.

 

트레이딩 업무에서의 아쉬운 점

트레이딩은 프로젝트 형식의 업무가 필요하지 않다매일 아침, 주 단위로 트레이더들이 모여 매수/매도 전략 회의를 하는 것 외에는 협업으로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혼자 일하는 스타일인 분은 역시 트레이딩이 적합할 것 같다.   나의 경우, 혼자일을 하든, 팀으로 일을 하든 뭐 전혀 상관 없지만 일의 특성이 프로젝트 성격을 띤 업무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세세한 선호하는 부분, 나의 업무 스타일을 나 자신이 보다 정확히 알게된 것도 트레이딩 인턴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기도 하다. (자신의 업무 스타일 파악하기에 대한 글은 추후 2030SC 네이버까페에 올리도록 하겠다)

 

첫번째 1차 목표가 실무 경험을 통해 경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었다면 2차 목표는 나 자신이 선호하는 트레이딩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었다저널에서 읽은 여러 전략을 사용해서 트레이딩도 해보고, 애널리스트나 트레이더분들이 제안해주신 전략도 해보고, 나만의 전략을 응용도 해본 결과, 나는 내가 단타 트레이딩을 선호하는지, 중장기 트레이딩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얼마큼 베팅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리스크는 얼마큼 인지하며 트레이딩하고 있는지, 나도 그동안 몰랐던 내 성향을 트레이딩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자신의 트레이딩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은 내게 정말 중요했다그래야 향후 어떤 커리어를 엔트리 커리어로 삼을 것인지 어떠한 진로가 내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퇴근하기 1시간전, 사장님의 호출을 받고 사장님 오피스룸 겸 트레이딩룸 안으로 들어갔다.   인턴을 마친 소감과 앞으로 복학 전까지의 계획을 간단히 말씀 드렸다.  회사 오피스를 처음 방문해서 인터뷰를 봤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떠날 때 내가 마치 면접관이 되고 사장님이 면접자가 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실컷 여쭤보았다.    

 

FX 외에  펀드 상품 또는 FX와 연계한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어떤지,

앞으로 IB, 재무컨설팅 등 다른 비즈니스 분야 사업 전향/확장 계획은 없는지,

새로운 클라이언트들을 어떤식으로 끌어모을건지,

앞으로의 회사 운영 계획은 무엇인지,

베이징, 홍콩 등 지사 설립 계획은 없는지,

사장님이 나이가 젊으시고 직원들 가운데 일부 사장님보다 나이가 많은분들도 계신데 직원들을 포용하고 통솔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어린 나이에 어떻게 회사를 차리게 되셨는지?  (여기서 일화를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감탄했습니다)

사업 확장에 다른 회사와의 제휴와 M&A도 생각중인지등등을 여쭤드렸다.  참 벼라별거를 다 여쭤봤는데..오히려 또 궁금한 점은 없냐고 그러신 사장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인턴 마지막날, 사장님으로부터 들은 답변 또한, 나에겐 경험이고 배움 그자체였다.   



질문 외에 내가 제안을 하나 했는데
, 그게 뭐였나면,

 

새 인력을 굉장히 많이 뽑고 면접보러 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회사사무실 구조를 바꾸면 어떨까이를테면 칸막이를 없애고 책상 배열을 바꿨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했더니 사장님이 엄청 웃으시더라ㅋㅋ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히 곧 오는 7월에 루쟈주이(거의 모든 금융회사와 국제금융센터 빌딩이 있는 상하이 최고 금융가) 에 있는 더넓은 오피스 빌딩으로 이전할거다-말씀하셨다.  지금 여기 있는 이 오피스 빌딩도 명품백화점이 즐비한 고급 번화가의 오피스인데 1년도 안되서 더 큰 오피스로 이전한다니 놀라웠다.  

 

나중에 사장님 회사가 더 크고 더 잘되면 ‘아 내가 어렸을때 여기 내가 인턴했던 회사’라며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 인사 드리고 인턴십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