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것도 사실, 성격이 변한 것도 사실, 여때까지 하던 일과 계획을 추진하는데 있어 장애물이 되는 것은 가차없이 남기고, 버리고, 떠난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마이더스에서 김도현의 행동이 이해가 갔지만 어느 순간서부터 그 캐릭터의 행동을 지켜보기가 거북스럽고 부담이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동안 전혀 신경쓰지 않은, 고려하지 않은, 이해하려하고파 하지도 않은, 남겨진 자의 심정을 이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되돌아간다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없지만, 남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그것보다,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성공'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다.
3/28일자 에피소드에서 "돈 밖에 모르잖아. 돈 말고는 믿을게 없다"는 여자주인공 말이 압권이었다. 드라마에서는 김도현과 같은 젊고 유능한, 그리고 성공하겠다는 야망이 보통 사람의 것을 능가하는 금융맨을 돈 밖에 모르는 사람, 밤에는 홀로 집 거실 베란다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외톨이에 다음날 아침이 되면 살기어린 눈매로 정신없이 일을 하는 인정머리 없는 인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금융, 특히 사모펀드에 대한 나의 애정이 더욱 치솟을 거라고 기대하고
시청을 한건데, 드라마에서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무자비함을 강조하며, 마치 첩보원을 연상케하는 증권가에서의 정보수집, 졸렬한 언더작업을 매회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이지만, 대표적인게 중소기업에 부품을 조달하는 영세업자들을 후려치고 값싼 중국 제품을 쓰겠다 결정을 내린 에피소드 부분. 오히려 드라마를 보면서 맥이 빠지고 있는 기분이다.
나는 돈을 바라보고 돈을 굴리는 업계에 발을 들이고 싶은게 아니었다. 보여지는 돈, 만져지는 돈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기에, 그리고 그것이 사회에,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한번에 떼돈 벌자고, 연봉 높이겠다고 금융을 커리어로 마음에 담고 싶지는 않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른 진로를 선택할거다.
P.S.장혁이라는 배우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 중의 한명이지만 장혁이 열연하고 있는 캐릭터는 정말 별로다.
개천에서 난 용은 언젠가 추락하게 되어있다. 왜냐고?
개천에서 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