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학은 각 대학마다 고유의 대학풍, 전통사상, 추구하는 교육, 이념목표 등이 천차만별 달라 저마다 독창적이고 교과과정만
해도 굉장히 다양하게 전공트랙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경영대학만 해도 무슨 무슨 Business School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학이 있고 또 없는 대학도
있는데 비즈니스 스쿨이 있는 대학일 경우, 경영학부 내 교과과정 커리큘럼 프로그램 트랙이 여러개가 있습니다. Warwick
Business School, Cass Business School, Manchester Business School 같은 경우,제공하는 커리큘럼 트랙만 해도 10개 이상입니다. 그 이유는, 같은 경영대학 학부일지라도 그 안에서 과마다 세부전공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미국대학이 Concentration이나 Major, Minor로 학생의 전공을 표시하는 반면 영국은Major/Minor의 개념이 없고 학생이 세부 전공 분야 (Marketing, Accounting, Finance,
MIS, 국제학, 오퍼레이션경영, HR등) 관련 과목들을 수강한 해당 세부전공과목 학점 합산에
따라
Specialism(전공을 뜻함)을
정할 수 있고 또 경영대학 내의 Joint degree (연계전공) 그리고 다중전공 시스템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습니다.
가령,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의 한 학생이 마케팅 전공을
희망할 경우,
2학년땐 마케팅 세부전공 과목 리스트에서 최소 40학점을 듣고 3학년땐 최소 60학점을 들어야 졸업장에 Management 대신에 Management (Marketing) 이라는 문구가 추가로 붙여질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대학은 복수전공/이중전공의 명확한 제도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국내 대학에서는,
홍길동 - OO대학교 경영학과, 경제학 이중전공 이라 표시한다면
영국대학에서는,
홍길동 - OO대학교 BA Accounting, Business Finance and Management 라고 표시합니다.
즉, 학과 이름에 세부전공이 나타나 있으며 정확히 위와 같은 학과를 제공하는 대학으로 학생은 처음부터 대학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시엔, Management (경영학과)로 입학한 다음 학교가 허용하는 경영학과 전공 선택과목 안에서 본인이 경제 관련 과목을 수강해야 합니다.
참고로 위 언급한 Accounting, Business Finance and Management는 Management와 함께 실제 University of York의 경영대학이 제공하는 경영학부내 joint degree 커리큘럼 트랙입니다.
Joint Degree (연계전공)은 복수학위나 이중전공이 아닙니다. 복수학위는 Dual Degree라고 표현하고 Joint Degree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중 유일하게 경영학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와튼스쿨에도 이와 비슷하게 여러가지 학과를 융합한 Joint programme들이 있습니다. 국제학과 경영학(International Studies and Business), 경영학과 공학(Management and Technology)등등..
특히 경영학과 국제학을 묶은 헌츠맨 프로그램(Huntsman Program in International Studies
and Business),공학과 경영학을 묶은 제롬 피셔 프로그램 (Jerom Fisher Program in Engineering and
Business)등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대다수의 영국 경영대학은 물론이요 영국대학에서는 이러한 Joint Programme이 엄청 다양하고 또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글쓴이 본인이
재학중인 경영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대학 교과과정 프로그램(전공트랙) 리스트>
이해하기 쉽게
주전공,
이중,부전공으로 굳이 나누자면,
BA Accounting, Management and Information Systems: 전공:회계,경영학/ 이중전공: 정보시스템
BSc Accounting: 전공: 회계
BSc International Management: 전공: 국제경영
BSc International Management with American Business studies: 전공: 국제경영/부전공: 미국경영학
BSc International Management with French 전공: 국제경영/부전공:프랑스어
BSc IT Management for Business 전공: IT경영
BSc Management 전공: 경영학과내의 자유전공
BSc Management (specialism) 전공: 회계, 재무, 국제경제, 마케팅, 인적관리등 주전공선택
영국대학은 교과과정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여러개 형식으로 다양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때문에, 학생이 3년 동안 본인이 선택한 프로그램에 맞춰 학위를 취득합니다.
여기서 ()가 없는 Management는 말그대로 비즈니스스쿨내 경영학과의 '자유전공'입니다. 1학년을 제외하고 2학년서부터는 필수과목이 전혀 없기에 원하는 세부 전공 과목을 마음대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BSc Management가 경영학부내의 자유전공 트랙이라면 연계전공 트랙도 있습니다. BSc International Management with French 또는 International Management with American Business Studies 같은 경우는 학위가 4년제인데요. 4학년까지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 아니라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되는 해에 Manchester Business School과 교환학생 협정이 체결된 학교중 학생이 가고자 하는 학교에서 1년 수학하고 다시 본 학교로 돌아와 대학생활 4년째 되는 해에 3학년(졸업학년)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밖에 BSc IT Management for Business 나 Accounting, Management and Information Systems 등 다른 커리큘럼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각각 IT와 회계, 경영학, 정보시스템 등을 집중 세부전공으로 구성된 다중전공 교과과정 트랙입니다.
참고로, 보통 영국대학은 Department (단과대학) 내의 교과과정 프로그램 변경은 어느때나 가능합니다. (주로 1학년 그리고 2학년 초반에). 하지만 Department 간의 학과 변경, 즉 '전과'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재 소속된 학과의 입학 점수 커트라인이 전과하고자 하는 학과의 입학 점수 커트라인보다 높거나 같아야 하며 교과과정 전공 필수과목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다만 영국대학은 단과대학내 연계전공과 전혀 다른 두개 이상의 단과대학끼리의 연계전공 학과는 굉장히 다양하게 제공합니다.
영국대학이 우리나라대학이나 미국대학 교과과정과 크게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학과 전공 진입 시점입니다. 미국대학, 그리고 미국대학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대학은 1학년 때에는 본인 전공과 무관한 철학, 사회, 정치등 그밖에 폭넓은 교양과목을 배우거나 전공과목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개론', '대학수학' 등 기초전공 과목 수업을 들어서 2학년 또는 3학년서부터 본격적으로 학생이 선택한 전공과목 위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지만, 영국대학은 1학년 입학하자마자 바로 전공 과목 공부를 합니다. 영국대학에서 교양과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국 경영대학 1학년생들의 시간표를 보면 수강하는 과목이 '미시/거시경제학 개론', '경영학 원론'은 물론이요, '재무관리', '계량경영학', '조직행동학', '관리회계(회계원리)', '경영과 사회' 등 보통 미국, 국내대학 2학년생이 배우는 과목들입니다.
이는 영국교육의 학제 기간 때문인데요. 대학 진학 전 초등고 과정이 13년(1학년에서 13학년까지)이기 때문인데다가 12-13학년때 배웠던 영국 수능 과목은 대학교 1학년 이상의 교과과정 내용을 커버하기 때문에 영국대학은 학생이 이미 기초 과목을 이수했다 간주하고 바로 1학년서부터 전공과목 교육을 시킵니다. 그래서 1학년부터 빡셉니다. 제가 1학년때 들었던 과목들 만해도 무려 전공과목으로만 12개입니다. (36학점에 해당) 기말고사 볼때마다 6 과목씩 봐야했던 부담감이란...
또 다른 부분은, 영국대학은 재수강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국내 모 대학이 재수강할 수 있는 성적 등급을 D에서 C+이하로 올리고 모든 교과목을 횟수 제한 없이 재수강할 수 있게 규정을 개정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저는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습니다.
영국대학은 한번 어떤 과목을 수강했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한번의 기말고사 시험 성적이 영원한 성적입니다. 패스하지 못하면 여름방학에 단 한번의 재시험 기회가 있지만 한국 대학처럼 재수강한 과목 시험의 상한 점수가 A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패스다 아니다 만 판가름 할 뿐이지 처음 봤던 시험 성적보다 더 잘나왔다고 그 점수가 학점에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미 수강하고 시험도 다 보고 성적이 반영된 과목은 고학년이 되어도 재수강할 수가 없습니다.
그밖의 다른 점은 강의를 하는 사람, 시험문제를 내는 사람, 학생 답안지를 채점하는 사람 모두 다 달라 한국처럼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며 성적을 올려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다는 점, 전공과목에 대한 세미나/워크숍/튜토리얼 등이 정말 많다는 점 그리고 그것은 교수,강사가 아니라 조교수 또는 경영대학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세미나 리더가 가르친다는 점 등... 차이점이 많이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영국 대학 시스템이 매우 엄격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저의 기준으로 봤을때 영국 대학의 이런 실용주의 시스템이 관심있는 분야를 집중 포커스, 공략하기 좋아하고 속도 내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인 글쓴이 본인에게는 딱 알맞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