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대학 시절 결국 가지도 않은 금융계에서 일할거란답시고 이력서 한줄 채우려고 몇개월간 생고생했던 곳이다.
무튼 나한텐 오랜 버킷리스트가 있다, 어떻게 보면 리벤지 여행이랄까- 유년 시절 슬프던 좋던 인상 깊었던 장소를, 언젠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오는 것.
오르락 내리락만 하면 종아리에 알 베기기 일쑤였던 천국의 계단 저리가라 할 정도의 계단들,
그 계단을 낑낑대고 올라가야 보였던 꼭대기에 있는 아파트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홍콩 왔을때 지냈던 숙소는 감옥 수준의 방 크기였다)
즐겨가던 노천까페,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언덕 지붕,
기억을 더듬거리면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도심 대로변에 있긴 했지만) 어찌어찌 지도 안 보고도 찾았던 회사 건물
맛난 쌀국수 집이 없어진 자리에 있던, 당황스러웠던 부동산
명소를 간 것도 아니고, 유명 관광 코스 따라 돌아다니지도 않았지만 막무가내 즐거운 여행이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함께 들이마시는 기분 좋은 공기와 기억을 밀푀유처럼 켭켭이 쌓아간다.
찜통 같은 더위에도, 사과 한 입 베어물고 폴짝거리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건, 분명 그 때문이었을 거다.
혼자 보다 둘이 낫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할 때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전도서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