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기 전의 맑게 갠 저녁 하늘.
길을 걷다가 옅은 그림자를 세우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파랗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에게 꿈이란, 이때부터 책상과 문제집 더미에서 완전히 벗어난
어른이 될 수 있는 미래, 20대가 된 내 모습에 대한 막연한 상상에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고등학교에 가서도, 기숙사 창을 통해서 항상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숙사감에게 불려가면서도 새벽 늦게까지 인터넷 뒤지며 대학 진학 고민을 했던 일.
새벽 술 취한 행인의 고함 소리를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로 지우며
침대에 누운 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 어느 새 잠들었던 일,
그런 나날들을 수없이 보냈기 때문에 고민의 결과는 늘 하늘 아래에 있었다.
친구들과 한강 고수부지에서 자전거 경주를 하면서 손잡이 양 손을 놓으며 달릴 때,
수영을 하고 자전거 바퀴 방향을 돌려 오락실에서 펌프 한바탕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100미터 계주에서 청팀 선수에게 져 울면서 집을 갈 때에도 운동회 날의 하늘은 파란색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오늘.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
명쾌하고 산뜻한 파란 하늘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이내 계속 걸어갔다.
이젠 목표를 확실하게 가지고 그 목표를 향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알기에,
그리고 동행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너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나는 많이 변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