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생각

지금이니까 말할수 있어

jeanson 2012. 6. 16. 22:22



몇 주전까지만 해도,

나는 영화 초속 5센티미터의 남자 주인공, 타카키처럼 뒤쳐져 있다고 생각했어.

왜냐면, 마음 한 켠에선 여전히 아직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적어도 한번쯤은 다시 마주할 수 있다고 믿었었어.

그래서 영화 마지막 신에서의 타카키의 미소의 의미를 알면서도 부정하고 싶었었는지도 몰라.

 


그 영화를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좀 더 하고, 또 하고, 계속 했어.

어쩌면 나는 타카키의 미소가 부럽고, 아카리의 생활이 얄미워서, 나만 뒤쳐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분해서

결국 두 가지 선택 중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건지도 몰라.

그래서 결정을 내린 후로도, 한동안 나의 결정에 명분을 억지로 껴 맞추려 하고,

나 자신을 납득시키려 노력했었어.

 


다행히 이제서야 어느 정도 노멀한 심신으로 돌아온 것 같아.

몇 개월 동안이나 내 마음 같지 않은 상황들로 인해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던

고민과 불확신은 제법 침전이 되었다고 생각해.


물론 아직도

예상치 못하게 기억의 순간들이 스멀스멀 다가올 때도 있지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중심'이라는 것도 생겨나

게다가 비트 있는 경쾌한 음악에 고개도 까딱이고 흥얼거리는 여유도제법 생겼어.

급하지 않게 잠시 머무르거나조금 돌아서 갈 수 있는그런 여유.

아마 그건 드디어 내가 너를 지금의 너 그 자체로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 같아.


곧 역에 도착할 전철을 기다리면서

처음으로

너를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지 않다-가 아니고 너를, 

내가 생각하는 너의 모습, 내가 마지막으로 본 너의 모습이 아닌

어딘가에서 당당하게, 바쁘게 지낼 너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세상 사람들 모두다 각자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서로를 찾기 위해 해메는 여행보다 훨씬 행복 할거라고.  

나는 나를, 너는 너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게 옳다고 생각해.


드디어 어깨를 곧게 편 채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마음을 정했어.

'그래가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