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 삶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정말로 일어난 일이란 느낌을 갖기 위해 내 삶을 적는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 정연되는 경우가 참 많다.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음으로서, 나도 무엇인지 잘 모르는 형상화되지 않는 어떠한 것이 점점 확실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론, 애메한 심리상태 기분일 수도 있고 미래의 계획일 수도, 나 자신에게 주는 동기 부여일 수도 있다.
한달 동안 오래 고민하고 완성된 글이자 나의 마음이다.
대학교 졸업이라는 확실한 끝마무리
내가 그토록 염원했던, 학교에서 무얼 그리고 무엇을 위해 배우는지에 대한 필요성, 깨달음은 다행히 깨우쳤다. 게다가, 수업은 너무나 유익하고 복학해서 돌아온 캠퍼스 생활에 충실하고 있지만 읽어야할 수십개의 온갖 저널과 제출할 에세이 생각에 파묻혀 있자니 너무나 갑갑했다. 학교 생활에 답답한 게 아니라 내 자신에 답답해하고 있다.
빨리 졸업하고 싶다. 마지막 기말고사를 보는 6월을 졸업 D-day로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지금까지 꾸었던 것보다,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싶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시대와 트렌드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사람들의 생각은 점점 한 방향으로 같아지고 있다. 얼른, 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싶다. 꿈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확신을 갖고 실행해야 하고, 무엇보다 그 꿈을 이루려면 일단 첫 번째로 학업을 마쳐야 한다. 어서 빨리 매듭짓고 싶다.
남다른 길
- 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 -
Frost 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유학가기 전서부터 좋아한 시인데 그때하고 지금하고 시의 함축적 의미가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남들과 똑같은 삶은 살고 싶지 않다. 흔히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렇게 가는 게 정석이야’, ‘다들 이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할까’ 라는 생각이 제일 싫다. IB, 헤지펀드, 컨설팅, 증권계, 대기업 마케팅팀 입사..남들이 보기에도 잘나보이겠지만 나는 뭔가 사회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무얼해서 돈벌건지,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기엔, 삶이 너무 아깝지 않나 싶다. 설령, 위와 같은 곳에 취업을 한다 해도 내가 그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분명한 명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고민다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 사회에 대해. 성공, 행복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면서 말이다. 흔히들, 처음 2~3년은 아무데나 들어가서 잡일부터 배우라 하지만 솔직히 젊은 이 시기에 2~3년은 황금기다. 내 황금 같은 노동과 시간을 투자하는 건데 투자종목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아직 남들이 별로 '가지 않은 길'을 가건 다른 길을 택하건, 내 선택에 대한 이유가 분명하다면, 명분이 있다면, 그건 나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이고 또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금융이 답이야, 나는 투자은행, 컨설팅이야-라며 나 자신이, 여러분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그러나, 친구들,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커리어 얘기들하고 실제로 내가 휴학 1년 동안 여러 실무 현장에서 접해본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랐다. 들은 내용을 확인한 경우도 있었고, 로망이 한 순간에 깨진 적도 있었으며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은 경우도 많았다. 알아주는 학벌에 높은 학점 그리고 다양한 인턴십, 기타 교외활동 경험을 갖춘다고 뭐에 유리한다거나 설령 남들보다 높은 고지에 있다고 해도 그것을 무조건 ‘성공’이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분명,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빠지고, '내가 잘하는 것'에서 길을 찾는 것.
앞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홍콩에서 헤지펀드 인턴을 했을 때였다. 오전 7시 출근해서 오후 7시에 퇴근해 아파트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벤처’에 매달렸다. 피곤한 몸을 끌고 집에 오더라도 그것만 생각하면 어떻게 된 것이 눈이 번쩍이고 지치지도 않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나 길을 걸으면서, 밥 먹으면서, 잠자기 전에도 수십번 넘게 생각하고, 있으면 보강하고 회의때 팀원들에게 제안하고, 더 좋은 게 있나 또 알아보고. 새로운 뭔가를 창조하는 것에 흥분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면 천근만근 같은 무거운 눈꺼풀로 출근했고 퇴근하면 다시 눈이 말똥말똥거렸다. 그렇게 두달 가까이 반복하다가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며 근사하고 역동적인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과연 행복한가. 이것에 만족한가.
‘너가 정말 하고파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돈? 명예? 남들의 선망하는 시선?’, ‘IB, 헤지펀드의 길이, 금융인으로의 삶이 너에게 보람된다고 생각하는가, 내 가슴을 벅차게 하는가’ 수십번 넘게 계속 묻고 또 물었다. 결국, 명쾌한 답을 찾자마자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복학하기 전까지 여름방학 동안 ‘벤처’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은 매우 행복했다. 팀원하고 같이 저녁 늦게 외근을 하거나 밤 10시 11시 퇴근할 때면 옛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기숙사로 돌아갈 때처럼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퇴근이 이렇게 상쾌한거구나- 처음 느꼈다.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하는 즐거움 자체가 보상이 되고 행복이 되기 때문에 명예나 돈 같은 외적 보상이 없어도, 심지어 좁은 사무실에서 일할지라도 편히 그리고 즐겁게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가 있다.
대다수 남들처럼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평범한 삶. 그것이 제일 좋은 선택인지? 그것이 맞건 아니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제일 즐거워하는 때는 언제인가. 이걸 하면 제일 가슴 벅찬 일을 찾자.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픈 것에 빠지고, 내가 제일 잘하는 것에서 길을 찾아야한다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거기서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