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영국 현지 면접 3~5차 후기 (2010년 7월 작성글 재포스팅)

jeanson 2010. 12. 21. 09:12

2010 7월 작성한 글이며 전체 본문은 네이버까페게시판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지난 1년간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보고 경험하고 새로이 깨닫고 반성하고, 이 모든 것을 제 스스로 캐내고 얻고 구하고 습득하는 그런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원한 13 회사중에서

서류전형 합격한 곳이 8군데 (합격 회사 리스트는 네이버까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테스트 진행/합격한 회사  7군데 (합격 회사 리스트는 네이버까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중 전화면접을 진행한 회사가 4군데  (합격 회사 리스트는 네이버까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종 라운드까지 간 회사가 총 3군데 (합격 회사 리스트는 네이버까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0년 4월 중순, 생전 처음으로 정장 구두를 샀다.   의류, 신발 중에서도 구두만큼은 나 혼자 사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구두를 사면서 아! 내가 부모님 곁에서 떨어져 있구나, 구두를 나 혼자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고 구두가 담긴 쇼핑백을 들고 길을 걸으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2009년 9월 30일,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시작된 학교 강의 수업에 휩쓸려 지냈다.  (영국대학은 기본 학제가 3년제, 2학년은 주니어에 해당) 2학년이라 전공 수업은 한층 타이트해졌고 내용도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1학기엔 70크레딧 (한국식: 21학점)에 해당하는 전공과목들을 수강 신청했기에 상당히 빠듯했고 ‘프로젝트’라는 낯선 단어에 대해 온몸으로 부딫치고 체험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또한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SIFE라는 동아리에 가입을 했다.  SIFE는 1학년 2학기서부터 내가 눈 여겨온 동아리였다.  그 곳에서 나는 좀더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 팀이라는 단체 분위기에 내 몸을 맡겼다.   2학기엔 또 다른 동아리에 가입해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주요 업무 스킬을 배우려 했고 또한 교내 크고 작은 점심 모임, 이벤트, 토론 세션 등에서 나를 부르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애썼다.  


2월이 오고 2학기가 되자, ‘내년 여름 졸업이라는, 졸업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과 조바심이 점점 내 머리와 마음을 조여왔다. 대학을 3 만에 칼 졸업한다는 건 정말 압박 중에서도 압박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발전, 학교에서의 경험 등과 관련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 토론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는다는 토론 세션에 나를 초청하고 싶다는 학교 이메일을 받았고 거기에 흔쾌히 참석한 나는, 그 토론 세션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하고 충격적인 자극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토론 세션에 만났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총 10명이 있었는데 모두 나의 경영대학 직속 졸업반 선배들이었다 당시, 나는 런던 소재 top tier 투자은행 회사 두 군데와의 전화 면접이 몇 주 후 잡혀 있었기에 쉬는 시간, 선배들에게 인터뷰 요령은 물론 취업과 진로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구하면서 그들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된다.   

 

알고 보니, 그들 모두 작년(2009) 1학기 10-11정규직 풀타임 채용 오퍼를 받은 사람들이었다그것도 PricewaterhouseCoopers(PwC), Royal Bank of Scotland, UBS, L'Oreal 등등으로부터.   어떤 사람은 심지어 회사 여러 군데서 받은 정규직 채용 러브콜을 뿌리치고 졸업 인턴으로 타 회사에 다시 지원해 결국 JP Morgan에서 졸업 인턴을 하기로 했다는 선배도 있었다졸업도 하기 전에 시니어 1학기 취업을 하다니.  정말 많이 놀랐다 충격적인 건, 이들 모두 취업에 대해 별 대수가 아니라고 여기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그 선배들에게 취업은 전혀 big deal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의 케이스를 내 경영대학의 졸업반 학생들 전체로 일반화 없고 그들이 졸업반 학생들 사이에서 상위 % 인지 알 길이 없지만 같이 토론하고 대화를 나눈 그들은 확실히 내가 학과 선배라고 존경할만한 사람들이었다.  똑 부러졌고, 논리적이었고 담담하고 침착했으며 명석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여전히 위축되어있고 영국 취업 시장이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규직 채용 제의를 졸업도 하기 전에 그것도 1학기 때 손에 쥐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물론 그들 대다수가 영국인, 유럽 국가 출신인데다가 영어가 모국어이고 같은 유학생과는 달리 취업비자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 그들과 나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과의 절대적인 차이점이었다그들이 어떻게 해서 정규직 오퍼를 받게 되었는지 시민권은 커녕 영주권도 없는 나는 그들과는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이후 나는 그들과 헤어지고 한참 동안 아니 몇 달을 걸쳐 위와 같은 원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고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고수해왔던 모든 방식과 절차, 전략을 전부다 뒤엎어버리 백지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고안하고 준비를 그와 동시에 나는 3가지 경우의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를 하게 된다첫째는 현지 인턴, 둘째는 모교와 자매교류 협정이 체결돼있는 서울대학교의 하계 계절학기 수업, 그리고 셋째는 한국으로 돌아가 인턴을 하는 것. 


그러던 4 어느 날, 뜻 밖의 한 회사에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동안 서류 전형 합격, 온라인 테스트(수리력, 언어력) 합격, 인적성 검사 합격, 전화면접 합격 통보까지줄곧 받고 낙심해 하다가 그 이후 전형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보는 면접 스케줄 첨부 파일과 함께 최종 후보자 역량 면접에 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처음 받고 한동안 흥분과 떨림에 폴짝폴짝 뛰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인터뷰를 보기 3주전, 생전 처음으로 정장 구두를 샀다.   의류, 신발 중에서도 구두만큼은 혼자 사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구두를 사면서 아! 내가 부모님 곁에서 떨어져 있구나, 구두를 혼자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하고 구두가 담긴 쇼핑백을 들고 길을 걸으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인터뷰 당일, 어색하기 그지 없는 정장을 차려입고 구두를 신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아침 일찍 오피스로 향했다.   카운터에게 나의 도착을 알리고 알려준 층수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지시한 컨퍼런스 룸으로 들어가니 나를 포함하여 총 12명이 최종 후보 면접자로 뽑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수백명의 지원자중에서 이만큼 추려낸 리스트 인물들 가운데서 내가 그 중에 한 명이라니-하는 놀라움이 가시기도 전에 이중에서 인턴을 오직 단 2명만 <프로젝트팀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1명, 트레이닝(HR컨설팅과 비슷함) 애널리스트 인턴 1명> 뽑는다니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서로 낯설음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Hello, Hi 인사를 했지만 속은 식겁해 뒤집어 질 것 같았다.  아마 모두들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썩은 표정을 보고 나도 이상의 표정을 짓고 있겠지-하고 생각했다.



동양인은 나 혼자, 나이는 내가 제일 어렸다 (주민등록상 생일로 당시, 만20) 그리고 12 중 남자는 9명, 여자는 3명전공은 포함해 전부 다 상경계열이었고 경제학과 출신이 과반수 이상이었다지역 각지에서 새벽에 기차를 타고 오피스에 도착한 사람들도 상당히 있었고 심지어 어떤 명은 이미 대졸자, 다른 명은 나보다 한 학년 위인 졸업학년 시니어였다.   인턴 포지션은 주니어 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인턴이어서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그러한 감정은 면접관 두 분 회의실 안으로 들어옴과 동시에 깨끗이 잊어버리게 되었다

앞서 통지 받은 인터뷰 일정대로, 차례로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한 다음 본격적으로 펀드에 대해, 그리고 회사에 대한 면접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장장 두 시간 가까이 토론 면접을 하게 된다.  어쩜 그렇게 똑똑한 애들만 추려놨는지 기가 막힐 정도였다.  비즈니스 스쿨 출신이지만 학교에서 딱딱한 이론보다는 기업분석, 모델링, 비즈니스 컨설팅 관련 프로젝트 같은 실무 과목들을 주로 이수한 내가 제일 허접해 보였다.  경제학과 출신답게 경제에 대한 깊은 지식을 거침없이 드러낸 몇몇 친구들에게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 당하고 언제 치고 빠질지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인턴 업무와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고 지나치게 경제 쪽으로 얘기가 빠져 가만히 잠자코 있었다.   인턴이 맡는 펀드 관련 업무에 대해 토론을 나누는 것이 시간의 목적이었는데 자기 지식 자랑에 열중한 나머지 대화 내용이 과도한 정치 경제 쪽으로 얘기가 삼천포로 갔다하지만 초반부터 확실히 의견을 피력하지 못해 나는 제대로 나를 어필하지 못했고 면접관들의 관심은 온통 경제학과 출신들에게로만 갔다

 

다음엔 3명이 한 팀이 되어 Fundopoly (펀드 + 모노폴리 합성어)라는 가상의 펀드 운용 게임을 하였는데 20개 이상 정도 됐던 종목들의 주가 예측, 순자산가치(NAV) 계산, 현재 보유 하고 있는 자산에서 어느 종목에다 얼마큼 투자를 배팅 할 것인지, 주어진 주식 종목에 대한 정보, 뉴스를 바탕으로 해서 또 그 다음 날에는 어떤 종목을 매수, 매도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하고 면접관들이 돌아다니면서 조의 그날 그날의 수익확인했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팀들은 모조리 적자가 나거나 이윤이 0가까운 반면 우리 팀만 몇 백만 파운드의 이윤을 연속적으로 내게 된다.   팀플레이는 학교에서 한 여러 프로젝트 경험을 기반으로 부드럽고 순조롭게 차분하게 리드했고 중간중간 꾸준히 면접관들에게 질문과 의견 공유를 서슴치 않았다또한 실제 주식 경험을 기초로, 초반부터 IT주를 고집, 그리고 팀 멤버들과의 충분한 토론, 의견 수렴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해나갔다그리고 장 마감 1분 전, 막판에, IT주를 죄다 팔고 바이오메디컬과 나노 관련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는 제약 회사 주를 매도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이때부터, 면접관들과 눈이 자주 마주 쳤고, 내가 말만 하면 면접관들이 웃어줬고 의견을 내거나 답변을 하면 한번 고개 끄덕일 걸 여러 번 끄덕여 줬다(눈까지 감으면서)덕분에 경제학과 출신 친구들에게 눌렸던 자신감(아니 어쩌면 그들이 죄다 영국인 이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생겼고, 고도의 긴장감도 어느덧 사라지고 본래의 진실된 모습을 충실히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잠깐의 휴식, 면접관들과 함께 층을 돌며 회사 오피스 투어를 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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