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라는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단어 하나를 가지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언젠가는 이 여정을 끝낼 수 있을거야.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언젠가는 돌아갈거야. 언젠가는.
그간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나는 다행히도, 내 나이에 맞게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가끔가다가 나의 엉뚱한 행동을 보고 깔깔대는 친구들을 보면
원래 성향은 무의식적으로 남아있지 않나 생각한다.
까불땐 산만하게 까불고, 진지할 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멀리 바라보는 것도 여전하고 눈썹을 치켜뜨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여전하다.
상대방이 변하기를 바라거나 내가 체념하기를 바라던 견고한 담은 이미 허물어져 그 존재의 흔적만 미세하게 남았다.
아마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모든건 편해졌고 더 나아가 모든건 위안으로 남게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지금 내쉬고 있는 가벼운 한숨이 어쩌면 우리가 겪었던 일들의 전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