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든, 볼펜이든, 책상에 눈에 띄면 일단 잡고 본다. 그리곤 이면지에 스케치를 하는 것이다. 끄적거려 보기도 하고. 낙서도 해보고, 틀을 그리고 네모를 그리고 또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가 틈만 나면 하는 일이다. 똑같은 그림을 다른 이면지에 다시 그려보고, 계속 다듬는다. 다듬을수록 생각도 진화하고 디자인과 구조도 진화하고 매끄러워진다. 스케치를 하면 할수록 확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디자이너에게서 상당히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이루 뿌둣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몇개월 동안 머리를 쥐어짜고 밤낮으로 고민해서 만들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놀랠 때의 쾌감은 무언가를 만들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얼마전 다녀온, 로마 여행을 통해서 어떻게 보면, 내 자신이 뭔가 넘어섰다는 것을 느꼈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신념의 도약이고, 현실적으로 말하면, 가만히 멍하게 있었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가 강렬하게 번뜩였던 적이 두세번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한 방에’가 아니라 ‘한 걸음씩’이라는 것이었다. 여태까진 넘치는 패기와 에너지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신념이 나를 움직인다.
지난 달엔 우선심사로 2차 특허 출원했다. 사업 아이디어 카피? 또 한번 해보라 해라. 어떻게 되는지.
우선심사 추가 특허출원을 이제서야 언급하는 건, 그만큼 다른 것이 이미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이 블로그를 보고 있는지 모르는데, 일을 계획하거나 진행될 때마다, 발표하듯 내뱉는 것도 신중해지게 되었다. 이제부터, 이 블로그에 과거완료된 일만 얘기해야 한다는게 내 블로그 애독자 분들에게 조금 죄송스럽다. 간간히 방명록이나 이메일로 응원글을 남겨주실 때마다 굉장히 큰 힘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도 좋아해주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이 신념이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가 염원하는 바램이 되게 하고 싶다.
이전까지는, 내가 디자인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처음서부터 끝까지 직접 디자인 기획을 한다. 직관적이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소리없는 이 움직임은 앞으로 몇개월간 더 지속될 것 같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안 되는 것은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자. 그리고 let's make it more poss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