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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뱅 Startup Diary

2012 Start-up Diary (Long Ver.) 본문

일상

2012 Start-up Diary (Long Ver.)

넷뱅 2015.03.25 01:00

정확히 언제 썼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 2012년 여름 이후였을거다.  쓰다 만 글인데, 3년 동안 메주처럼 묵혀두었던 생각들을 이제서야 공개할 수 있는건, 지금보다 훨씬 아주 많이 서툴었던 내가 귀엽게 보여서.  

이때의 나는 알았을까.  그 이후 내 생각대로 일이 잘 안 풀릴거라는 것을, 심지어 그렇게 안가겠다 고집부렸던 뉴욕을 어느날 갑자기 비행기 티켓 예약하고 가게될 거라는걸. 

이 글은 BEFORE 손지인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교회를 가고 하나님을 다시 만나기 전의 나는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살았었는지를.  



2011 12월.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 학부 졸업과 함께 영국을 떠날 날을 6개월 정도 남겨둔 채, 지원했었던 회사의 인터뷰를 계속 봐야하는 상황에 있었다.

 

정유회사 BP전략 컨설팅펌 McKinsey, A사(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와의 면접 프로세스가 진행중이었지만 그중 어느 회사에서도 일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왜 내가 인터뷰를 봐야하는지 인터뷰 전날 회사가 잡아준 호텔에 머물면서 왜 내가 기차를 타고 먼 이곳 런던까지 와야했는지아니 왜 나는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으며 거절하지도 못할거면서 왜 이렇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냈는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인터뷰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주문한 피자를 먹으며 티비를 보는 것 밖에 없었다. 이때만 해도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상황과 심적 여유가 없었다.  그저 오라 하면 가는 아무 생각이 없는 로봇이었다

 

사실 인터뷰 때문에 벤처에 대한 마음은 복잡해져만 갔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기업보다는 차라리 신생 벤처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내볼까 생각하긴 했지만대기업이 아니기에 그들이 취업 비자 스폰서를 자진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에서 허망한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나만의 것을 끈기있게 만들어 내는 것과는 왠지 많이 다른 거란 생각이 들었다

 

 

5월이 되자 팀원들과의 잦은 말다툼으로 매우 염려스러웠던 졸업 프로젝트는 비가 갠 뒤의 무지개마냥 만족스러운 점수로 마무리되었고 남은 건 기말고사 밖에 없었다.  이때쯤인터뷰 오라고 한 회사 두 군데의 사모펀드 부서내 벤처캐피탈 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이곳에서 일하면서 그들이 투자한 기업 운영에 간섭도 하고 투자자 입장과 기업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설령 내가 벤처캐피탈에서 투자가 필요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분석하는 일을 하는 동안 벤처기업 운영에 간섭하면서 그들이 투자를 어떻게 받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익을 내는 지까지 또는 매각 당하고 인수를 하게 되는지 등 벤처 업계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을 나만의 경영 수업으로 삼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모펀드벤처캐피탈에서 일해야겠다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홍콩 헤지펀드 인턴 당시 충분히 매우 충분히 이쪽 바닥 구조(돈으로 돈을 베팅하는 게임)을 어깨너머 지켜봤기 때문에 또 다시 이쪽 펀드 업계에 발을 디딘다는 것은 나를 전혀 흥분시키지 않았다

 

한편수업을 같이 들은 외국 친구들은 하나같이 Deloitte, PwC, Mercer, IBM, Morgan Stanley 등의 굴지 기업에 입사하기 바빴다친구들의 페이스북이나 LinkedIn 경력 프로필이 바뀔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해줬지만 그들을 보면서 속으로 역시 나는 대다수가 가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친구들이 선택한 그들의 진로에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다고등학교 때 10학년을 마치고 12학년으로 1년 월반한 시간적 메리트는 대학와서  1년 휴학한 것으로 소진해버렸다때문에 남들(영국친구들) 3년만에(영국대학은 학제가 3년이다) 대학을 졸업할 동안 나는 인턴으로 인한 휴학으로 4년만에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벤처사업을 하게 된다면만약 훗날 예를 들어, 내 회사가 망해서 취업을 알아볼 때는 그때는 이미 다른 이들보다 많이 늦은 나이에서 시작해야 한다. 

때문에 외국 친구들이 쑥쑥 치고 나가는 방향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의 시간 계획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배짱을 부리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적 한계가 얼마큼 있는지, 다른걸 다 포기하고 n 만큼의 시간을 투자했을 때벤처가 결과적으로 몇 배의 값어치가 나가는 일이 될련지 판단해야 했다하지만어떤 결과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1년 반에서 2년 정도는 베팅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만약 그 시간 안에도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 앞으로의 계획을 크게 두가지 옵션으로 축약했다머릿속에서 뭔가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배수의 진을 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로, 지원했던 회사의 면접 제의 메일부터 씹기 시작했다이미 답을 한 회사의 경우는 면접을 보더라도 대충 봐서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또 다시 기차를 예약하긴 싫었으니까. 테스트란 테스트는 준비를 아예 안 하거나 온라인 테스트를 보라는 메일을 계속 무시했다.  일주일 안에 봐야 하는 테스트 기한을 넘겨 3일 안으로 치르라는 메일을 받을 때마다 빚 독촉을 받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매우 곤혹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계속 보면서 나의 마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한쪽 길을 택한다는 것은 곧 다른 방향의 길로는 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솔직히 말하면취업은 내게 얼굴 한번 본적 없는부모님이 정해주신 정혼자와 결혼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벤처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끌린 사람과도 같다아무리 안정적이다 할지라도 뭔 모험적이고 도전할  있는 것에  끌린다설령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더라도 나만의 무언가를정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그리고 젊었을 때바로 지금 말이다직접 회사를 운영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 내 꿈이고 그 꿈이 직원들의 꿈많은 사람들의 꿈이 되게 하는 것을 내가 강력히 원하고 있는데 뭔가 일을 저질러야 할 것만 같은 욕구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우스꽝스러운 졸업 가운을 입고 치즈를 하며 사진을 찍는 행사 즉,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왔다영국에 더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돌아오자마자 팀원 구축과 사무실 및 컴퓨터 세팅 등으로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2012년 7월이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많은 생각을 했고 다짐과 각오를 가지고 이를 박박 갈며 귀국했다아웃소싱 업체에게 개발을 맡겼던 사이트를 뒤업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사이트명도 바뀌고 사업모델도 바뀌고 회사명을 빼고 전부다 바뀌었다. (나중엔 회사명도 바뀌었다, 네트워킹뱅크에서 넷뱅으로). 총 웹기획은 내가 맡았다.  물론 전문가 수준의 경험은 코딱지 만큼도 없지만나 자신을 End-user 라 여기며 개발과 기능 구현은 개발팀원들에게 맡기고 사이트 기획에 올인했다


비가 한바탕 오고 아침엔 제법 서늘한 날씨가 되자지속적인 부모님 압박에 그동안 따로 진행해왔던 뉴욕행 취업 얘기도 얼추 답이 나왔다. 다행히 그쪽에서 11, 12월에 면접을 보자하니 시간을 3개월이나 번 셈이었다. 팀원 구성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이전한 사무실도 삼각지역에서 3~4분 거리이고 다니던 헬스도 근처로 옮겼고 출퇴근할 때의 피곤함이 여러모로 줄어든 것 같다.  설령 내겐 시한부 벤처일지라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어도한국을 떠나든 안 떠나든 이 사업에서 더 이상 내 역할이 없도록 세팅을 해야한다고. 





여기까지 글을 쓰고 6개월이 지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2013 2

블로그 글을 쓴 기록을 살펴보면 9 10 11, 12월은 상당히 누락되어 있다그럴만했다.  그 동안 사업 외에 다른 것을 신경 쓰질 못했다. 하지만 그 결과, 비로소 흡족한 수준 정도의 사이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이트를 수십번도 넘게 보기에 스스로만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사이트를 한번 본 사람들은 거의 모두 좋은 반응이다. (보안 때문에 사이트는 앞으로도 당분간 초대장 없이는 들어오지 못한다.  다른 의도는 아니고 그저 염탐꾼이나 스파이들을 필터링하기 위한 장치일 뿐)



이걸 끝내야만 한다는 책임감, , 목표라기 보다는 어느새 이것의 존재 자체가 나의 자존심이 되어버렸다.  '넷뱅'이라는 사이트가 있음으로 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일을 하려 하는지,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나의 존재와 신념, 가치 이 모든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건, 나 포함 모든 팀원들의 에너지와 소비한 시간, 노력이 깃들여져 있었다



취업은 지금보다 좀더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후, 26살. 창업이야말로 젊을 때가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실제로 `취업` 이란 틀에서 벗어나니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A'라는 일이 하고 싶다며 이사람 저사람 생각을 물었을때, 전부다 'No'하며 나를 뜯어 말린다면 당연히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또 다시 고민해도 나는 'Yes'라면 누가 뭐라든 한번 가보자고.  

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중요한 건 태도(Attitude)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일관된 하나의 꿈을 꾸며 인생을 살고 싶었다.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취업을 하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오르지가 않았다. 상상이 안가니 기대감이 없고 자꾸 마음이 다른데로 가는거다.  직장 생활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이때부터 어렴풋이 느낀 것 같다.  무엇보다, 일할 회사 오너와 경영자의 비전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열의를 가질 수 있는 직원이 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취업 활동은 시간 낭비라고. '취직 했으니 다행이다'. '월급 언제 나오나'를 생각하는 회사원이 되기는 싫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인생 자체가 시시해진다

직원이란, 재능을 확실히 드러내고, 배우면서,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을 함께 공유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아니 나부터 그런 생각으로 일을 했으면 한다.


9월 이후엔 투자도 받고 자본금 증자도 하고.





9월 이후엔 투자도 받고 자본금 증자도 하고....

에서 글이 끊겼다. 

다음 내용은 2015년 Preview에서 밝혔듯, 

1. 교회를 다시 나가게 된 진짜 이유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나도 그간의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1시다. 이닦고 자야겠다. 


3/25/2015  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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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정학영 2016.01.28 13:17 신고 1997년 대학교 입학을 앞둔 2월초 긴 달력의 뒷장에 나만의 비지니스 아이디어를 적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1단계는 천리안,나우누리등의 사이트에 정보제공을 하자, 그 다음에는 이것, 저것 하면서 MP3파일을 핸드폰으로 다운로드 받자.. 그리고 엘리베이터 내의 LCD 패널을 통해 광고를 하자등을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윗 글을 보면서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 10년차에 접어든 지금도 아직 그 꿈들이 제 마음에속에 차고 넘쳐서 블러그의 아이디어 정리라는 폴더에 한개씩 넣고 있습니다. 혹시 비지니스 관련 사업 아이디어등으로 함께 교류할 수 있을까요? 제 연락처는 nes977@gmail.com입니다. 전화번호는 010-2581-2174이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selfishgene.tistory.com BlogIcon 넷뱅 2016.02.02 22:14 신고 아 비즈니스 아이디어라고 하면 저한테는 좀 거창하고요ㅎㅎㅎ
    저는 넷뱅이라는 프리랜서마켓과 음원유통 사업을 겸하고 있어요.
    제 카톡아이디는 jeanson 입니다만 교류할것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관리도 안하는 블로그에 댓글 남겨주시고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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