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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by Jzzn 2012. 6. 3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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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점심시간 자투리 시간을 틈타 도심 거리를 가로지르며 같이 공원을 산책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땐 산책로가 에워싼 인공 호수의 물빛마저도 산뜻해 보였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사물은 물론 

나의 기분까지도 산뜻하게 만드는 게 그 사람의 매력이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으면 좀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을텐데-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자상한 말투와 단정한 외모도, 안경이 콧등까지 내려온 것도 모를 정도로 몰두하는 모습도,

그럼 내일 봐하고 손가락을 쫙 펴며 인사를 해준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나의 얘기를 항상 들어주고 싱긋 웃어주는 게 무척이나 좋았다.


생각해보면, 함께 지냈던 시간은 두 달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그 곳을 떠난 후

두 달에 한번씩은 꼭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정해진 날짜는 없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근황과 소식을 알려주었다

서로가 어디에 있든, 물리적으로 수천 km나 떨어진 거리여도.

그럴 때면 설레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고 

한편으론 적어도 이 메시지를 보낼 때만큼은 나만을 생각하는 거라 내 멋대로 여기며 안심했다.

 


여전히 예고 없이 오는 그 사람의 메시지가 오늘도 왔다

그리고 나는 내 예전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던 그 사람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지난 1월에 바꾼 전화번호를 미처 그 사람에게 알리지 못했던 탓이다.  

아니, 전화번호를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희박할거라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무슨 전화통화-라며 그 동안 생각도 안 했지만

무게를 잴 수 있다면, 1mg 정도로 아주 조금, 그러니까 정말 아주 조금은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욕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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