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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스터디 대표 손주은이 청춘들에게 해준 충고

비즈니스

by Jzzn 2011. 11. 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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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 보면 놓칠 수 없는 주옥 같은 조언을 적어도 한 개 이상은 발견하게 된다. 메가스터디의 총수, 손주은의 인터뷰가 그러했다.   인터넷강의라는 90년대 당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한 사람.  그리고 그것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그만의 스토리가 있었다.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50만원 하던 시절 연 2억원을 벌던 과외선생, '손사탐'이라 불리며 수천명의 수강생을 몰고 다니던 유명 학원강사, 그리고 지금은 시가총액 8000여 억원의 메가스터디 대표, 손주은 회장(50).

지난달 27일 기자는 서초동 메가스터디 본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가 마흔 때 했다는 동영상 강의를 보았다. 태어나서 그렇게 색깔분필을 많이 쓰는 선생은 처음이었다. 노랑 파랑 빨강 분필에다, 별표도 한 개짜리, 두 개짜리, 세 개짜리, 거기에다 가는 선과 분필 눕혀서 굵게 그린 선 등 분필들의 호화 경연장이었다.

"여러 색깔을 쓰면 저 스스로 집중력이 생기고, 그 집중력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거죠. 애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요? 제발, 너희들은 이거 까먹으면 안돼, 제발 좀 알아줘야 해, 정말 중요한 거야, 뭐 그런 절규에요. 소리치는 거에요." 기자는 이 정도 열정, 이 정도 진정성이면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메시지를 줄 자격이 된다 싶었다.


"공부로 구원을 받는다? 기득권 뒷다리만 잡을 뿐이다"
동영상 강의 얘기를 다시 꺼냈다. 10년 전 동영상 속의 손사탐은 "공부말고 니들이 구원 받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목숨 걸고 해봐, 이넘들아. 알겠어?" 고교생들에게 거의 '협박'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20대 후반이 돼있을 이들에게 또다시 "취업공부, 고시공부말고는 니들이 구원 받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목숨 걸고 해봐. 알겠어?"라고 협박할 것인가, 기자는 따지듯 물었다. 대답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목숨 걸고 공부해도 소용없습니다. 생각이 모자랐어요. 이젠 신자유주의 시대 아닙니까?" 국내 최고의 사교육업체 대표가 "목숨 걸고 공부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다 소용없다고, 그것도 신자유주의 시대라는 이유로 말이다.

"취업공부, 고시공부에 목매는 건 두렵기 때문이에요. 경쟁에서 밀리면 끝이다, 안전망이라도 찾자는 거죠. 양극화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일 뿐입니다. 공부해서 취업한들 대기업 부속품밖에 더 됩니까. 얄팍한 인생밖에 더 됩니까. 이제 공부는 구원이 아니라, 기득권층 뒷다리만 잡고 편하게 살자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기자는 잠시 멍했다. 사교육으로 돈 버는 회사 대표라면 "신분 상승하려면 공부뿐이다", "몇 년만 참으면 인생 바뀐다"고 해야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아닌가.

그는 "메가스터디가 나쁜 기업일 수도 있다"고 했다. "메가스터디는 컸는데 젊은이들이 절망적 상태에서 꿈도 못 꾼다면 엄청나게 나쁜 기업이죠. 몸에 안 좋은 약 파는 짓보다 더 나쁠 수 있죠.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매출의 덫에 빠지지 말자고 해왔지만 교육보다 기업에 더 관심을 뒀던 것 같고. (인터뷰 하고 있는) 지금처럼 CEO의 가면을 벗고 싶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도 얄팍한 수작일지 모르고…"


" '깽판'도 치다가 다른 길로 치고 들어가라"
공부해도 소용없는 이유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랬다. "가진 사람들이 부를 세습하는 장치들이 너무 단단해요. 가진 사람들이 자식들을 위해 너무나 튼튼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있어요. 그래서 공부 잘한다고, 명문대 나온다고 중산층으로, 그 이상으로 올라가긴 쉽지 않아. 대학 잘 가는 건 경쟁력 요소의 하나일 따름이지, 그렇게 큰 경쟁력은 아니라는 거죠." 어차피 바닥부터 시작해서는 아무리 공부 잘해도 중상층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체 어쩌란 말인가. 죽도록 공부해봐야 얄팍한 인생 면하기 힘들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손주은은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꺼냈다. "마르크스 혁명론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떤 기술적 변화, 기술적 혁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잡스가 보여주었던 변화, 남들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창의성, 이것이 미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손주은은 "깽판도 칠 수 있는 젊은이들이게 미래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대학 잘 간 애들이 보이는 행태가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려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깽판도 좀 칠 수 있는 애들한테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차라리 기득권의 안전장치가 없는 곳, 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넘 볼 수도 없는 다른 길로 팍 치고 들어가라는 거지요. 어차피 그들의 안전장치는 쉽게 풀리지 않거든요. 다른 길에서 승부하라는 거지요."

그러면서 손주은은 하나 더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너무 튼튼한 안전장치는 만들지 마라는 것, 그건 어른으로서의 작은 당부이지요."

손주은은 새로운 사교육 모델을 구상중이다. 학생들 역량을 평가해 공부 잘할 수 있는 학생, 공부는 안 맞아도 다른 걸 잘할 수 있는 학생을 판별해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러면서 이익은 얻지 않는 것. 그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알만했다.


"자식 떠나보낼 때까지 내 삶은 엉터리였다"
손주은은 대학(서울대 서양사학과) 시절 두 번의 실연으로 절망의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고, 도박당구에 빠지기도 했고, 졸업도 하기 전에 결혼을 했고, 그러다 덜컥 애를 낳아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과외선생을 했고, 계속 돈 벌려고 학원 강사를 했다. 그는 "끊임없이 나 자신과 야합하면서 완전 엉망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네 살짜리 아들, 두 살짜리 딸을 몇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보냈다. 그땐 그도 세상을 떠나보내고 싶었다. 한강에 몸을 던지지 않는 한, 방법은 '오로지 강의' 뿐이었다. 머리 속에 1%의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도록 죽을 만큼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것. 딸아이를 묻은 바로 다음날부터 그는 그렇게 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 강한 펀치를 한대 얻어맞고 나니까 고통 같은 건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멍한 것, 고통보다 더 큰 멍한 것. 닥치는 대로 강의를 했죠. 잊을 수 있으니까. 그때 이후로 다들 큰일났다고 해도 전 큰일났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드는 거에요.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해버려서 그런지, 충격을 별로 안 받는 기제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 때까지도 그의 삶은 '엉터리 삶, 가식적인 삶'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새로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그때서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이러다간 어이없는 인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벤츠 타고 살 순 있지만 가진 사람들 뒤나 핥아주는, 그런 인생 말이죠. 전혀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지 생각했는데 전혀 새로운 인생이란 게 저한텐 없더라고요. 가르치는 일을 내가 잘하니깐, 사교육의 현실을 인정하고 차선책을 구하자 싶었죠." 그래서 손주은이 시작한 것이 강남 부잣집 아이들 상대의 스파르타식 사교육대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강의와 뒤이어 온라인 강의였다.


"영혼의 울림에 몰입하면,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남들이 안 해본 극한의 경험을 해서 그런지, 청년들에 대한 그의 당부는 철학적이었다. '무엇을 하고 살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지' 천착하는 것, '얄팍한 중독'이 아니라 '영혼의 울림에 몰입하는 것', 그래서 '농구공이 골대에 빨려 들어가듯 자신을 어딘가에 갖다 꽂는 것'이었다.

"시급알바하며 용돈 벌고, 남는 시간 여자친구 만나고 게임하고, 하루하루 그렇게 보내면서 바쁘다고 하고. 도서관 가서 시험공부 취업공부 좀 열심히 하면 그걸 몰입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얄팍하게 살다가는 답이 안 나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너희가 지금 하고 있는 경험은 폭도 작고, 엉터리경험, 가짜경험, 기성의 논리에 편입되는 경험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하고 싶은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까. "그간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입니다. 난 이렇게 살았다, 저렇게 살았다, 잘했다, 성공했다, 노력을 덜했다, 이런 차원의 반성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가치'의 문제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거죠.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빨리 안전망이나 찾자는 건 아닌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게 몰입인지 중독일 뿐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바로 거기서 답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청춘이기 때문에 더 자기인생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기인생의 본질에 충실한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죠. 하지만 8800만원을 벌어도 눈치 봐야 하고 속으로 절망할 수 있어요. 반대로 88만원 밖에 못 벌어도 내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당당할 수 있어요. 물론 당장은 큰 결과를 못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자기내부에 양심과 영혼의 울림을 가지고 있다면, 그 울림에 귀 기울이고 몰입한다면, 그래서 모든 걸 던진다면, 상상 이상의 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지요."

청춘들은 많이 불안하고 초조한데, 그렇다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고시에 패스하면 그 불안은 가실까. 손주은의 얘기대로 갈비뼈 윙윙거리는 영혼의 울림을 가지고, 그 울림에 모든 것을 꽂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오히려 덜 불안하고, 덜 초초하지 않을까.

손주은은 기자가 도착하기 전 2시간 동안 앉아서 '이렇게 살아선 안 되는데, ! 이건 아닌데'하며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최소한 남을 속이진 말자, 아니 나 스스로를 이젠 좀 덜 속이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도 지금 나 자신을 많이 속이고 있거든요."

인생의 정답은 그의 말처럼 '변증법'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이건 아닌데' 하며 반성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 끊임없이 영혼의 울림에 모든 걸 꽂으려는 과정 속에 정답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젠 손에서 분필을 놓았지만, 그의 영혼엔 여전히 색깔분필의 열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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