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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년 새학기에 임하는 복학생의 소감

일상과 생각

by Jzzn 2011. 10. 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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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친구, 오씨 (성이 오씨임)가 카투사 전역을 하고 복학생 신분으로 학교로 다시 돌아갔을 때 학교생활 (정확히 말하면 공부와 친구사귐)에 익숙해지는데 한달이 꼬박 걸렸다며 무조건 첫 주에는 먼저 다가가 친근한 표정으로 말을 걸고 어울려야 한학기가 편하다고,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 학교서 공부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가서 잘하라고 겁을 잔뜩 줬다, 그것도 영국으로 가기 일주일 전에


뉴욕주립대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그 친구는 지금쯤 재밌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을터. 그렇게 대학생활을 알차게 잘 보내면서 내게 조언을 해주는 게 왠지 쫌 미심쩍은 구석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덕분에, 일주일 내내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어쩌면 줄곧 외면하고 있던 복학을 그 친구가 잘 상기시켜주었는지도.



왜 하필 수업시작 이틀전에 출국하냐고 가서 미리미리 수업 준비하라고 부모님은 잔소리를 하셨지만 사실, 나는 시차적응이란게 없다. 그냥 도착해서 짐풀고 책상에 앉으면 그만이다.  

떠나기 나흘 전에 부친 짐도 도착해서 다 방 정리했고, 도착한 다음날, 일요일, 작년에 쓰던 물건은 짐을 맡겼던 한 후배가 다 멋대로 정리를 해버린 바람에 프린터라던가, 문구, 스탠드 등 기타 생활용품을 다시 샀다.  주니어땐 요리를 가끔 하긴 했지만 이번엔 최대한 요리를 안하려 한다.  밥도 그냥 햇반 같은 걸로 때우려 한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좀 비싸긴 하지만, 먹는 것, 입는 것, 아픈 거에는 절대 돈을 아끼면 안 된다는 어머니의 지론을 잘 따르고 있다.

 

    

 


다시 온 맨체스터는 1년 사이에 그다지 변한 건 딱히 없지만 못보던 가게가 생겼다던가 새로운 대학건물 여러개가 만들어지고 있다던가 아 한가지 더, 도로가 좀 깨끗해진 것 같다. 작년의 졸업학년생들이 있던 거리에 아직 얼굴이 앳된 신입생들이 캠퍼스를 누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날씨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우리 대학교 캠퍼스가 그렇게 예뻤던가. 이렇게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얼마나 오래갈까 하며 마지막 대학생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려 한다.  이렇게 젊을 때 많이 배워두자-고 길을 걸으며 다짐했다.

 


월요일 첫 수업은 졸업 프로젝트 과목이었다.  19명의 학생이 해당지역 단체와 협력하는 산학협력 프로젝트이자 IT컨설팅 프로젝트이다. 팀 소속을 정했던 저번주에 내가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속할 팀은 그냥 앉은 위치대로 정해져 버렸다.  그저 난 아무 빈자리에 앉았을 뿐인데.


그런데 웬걸, 자리 운 때문인지 운 좋게도, 공부 잘하는 팀에 들어갔다. 심지어, 팀원 중 한명은 학교소개 영상에 나온 인물이기도 하고.  복학생 (returning student)라고 교수님께 얘기하니까 다른 학생들이 많이들 관심을 주었다.  왜 휴학을 했는지 (work experience를 쌓으려고), 그 동안 1년동안 어디서 무얼 했느냐며 (상하이, 홍콩에서 인턴을 했지), tell me your background (그러면 또 자기소개) 라고 묻는 등 잠시 수업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호기심 가득 찬 눈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수업이 일찍 끝나 남은 시간 동안 팀원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 친구들도 나라는 애가 자기네 팀에게 잘 맞는지 그리고 또 나도 한번도 프로젝트를 같이 해 본적 없는 그 친구들과 졸업학년 성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 중대한 졸업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해나가도 좋은 애들인지 서로 icebreaking 시간을 가졌다.  그 친구들도 나도 서로 호흡이 잘 맞겠다고 직감으로 알았고 굉장히 산뜻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다음주 월요일 강의가 끝나고 우리가 담당할 클라이언트를 찾아가기로 미팅 시간을 잡았다.


, 그리고 또 한가지, 영국애들은 넷뱅은 잘 못알아듣고 네트워킹뱅크는 잘 알아듣는다. What is NETWORKING BANK? 라며.

 

 

팀원들과 헤어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오씨 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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